넷이 눕는 것보다
넷이 움직이는 게
어렵습니다
카니발 · 스타리아 가족 차박 — 화장실, 카시트, 밤에 짐을 어디로 옮길지.
카니발이나 스타리아를 사고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 정도면 네 명은 자겠지.”
맞아요. 어떻게든 누울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가족 차박을 한번 해보면 문제가 다른 데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아이 둘을 재우려고 바닥을 만들었는데 그 자리에 가방이 있습니다. 가방을 앞으로 옮기니 카시트가 있습니다. 카시트 옆에는 신발이 있고, 아이가 화장실을 간다고 합니다.
겨우 다 정리하고 누웠는데 이번에는 한 아이가 가로로 잡니다. 아침에 보면 머리와 발의 방향도 바뀌어 있어요.
그래서 가족 차박은 몇 명이 누울 수 있느냐보다 몇 명이 그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가족 차박에서 제일 먼저 모자라는 건 배터리가 아닙니다. 자리인데, 그 자리도 잠자리보다 짐자리가 먼저 모자랍니다.”
처음부터 노지로 갈 필요 없습니다
둘이 가면 조금 불편해도 웃고 넘어갈 수 있어요. 화장실이 멀면 걸어가면 되고, 밥이 늦어지면 늦게 먹으면 됩니다.
아이 둘이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한 명이 화장실 간다고 하면 누군가는 같이 가야 하고, 그동안 다른 아이도 봐야 합니다. 밥이 한 시간 늦어지면 어른에게는 그냥 늦은 저녁인데 아이에게는 큰일이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첫 가족 차박이라면 저는 멋진 노지보다 관리되는 캠핑장을 먼저 권하겠습니다. 풍경보다 먼저 볼 게 있습니다.
- 화장실이 가까운가
- 개수대와 샤워장을 쓰기 편한가
- 차를 사이트 가까이 댈 수 있는가
- 아이가 놀 만한 공간이 있는가
- 사이트 간격이 너무 좁지 않은가
- 밤에 화장실까지 가는 길이 안전한가
저희 캠핑장 목록에도 캠핑장마다 부대시설이 적혀 있습니다. 전기, 온수, 산책로 같은 것들이요.
가족이 가면 뷰보다 이런 게 먼저 보입니다.
화장실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둘이 갈 때는 화장실에서 조금 멀어도 좋은 자리를 고릅니다. 가족은 한번 다시 생각해야 해요. 왜 그런지는 밤에 알게 됩니다.
다 자려고 누웠는데,
“아빠, 화장실.”
합니다. 신발 찾고, 문 열고, 랜턴 들고 나갑니다. 돌아와서 다시 눕습니다.
10분 뒤 다른 아이가 말합니다.
“나도.”
그때부터 전망 좋은 명당이 별로 안 중요해져요. 아이와 간다면 화장실에서 가까운 평범한 자리가, 화장실에서 먼 멋진 자리보다 나을 때가 많습니다.
첫 차박은 여행이 아니라 시험 운전이라고 생각하세요
처음부터 장비를 다 사고 2박 3일을 갈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시작하면 일이 커져요.
- 가까운 공원이나 수목원에 갑니다. 차에서 잠깐 쉬어봅니다
- 그다음 조금 멀리 갑니다. 낮잠을 자봅니다
- 그다음 캠핑장에서 하룻밤을 자봅니다
- 익숙해지면 야외에서 밥을 해봅니다
- 그래도 재미있으면 도킹텐트나 더 큰 장비를 생각합니다
저는 이 순서가 꽤 좋다고 봐요.
차박을 좋아하는지 확인하기 전에 차박 장비부터 좋아하면 안 됩니다. 처음부터 텐트, 테이블, 선반, 배터리, 냉장고, 히터, 에어컨을 다 사놓고 두 번 가고 안 가는 경우가 생깁니다. 가까운 데서 한 번 자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카니발과 스타리아라고 무조건 평평한 방이 되는 건 아닙니다
여기서 차량 이야기를 조금 하겠습니다. 카니발과 스타리아는 차박에 많이 사용하는 차지만, 차 이름 하나만 보고 매트를 주문하면 안 됩니다.
같은 카니발도 인승과 트림에 따라 시트 구성이 다르고, 스타리아도 투어러와 라운지, 인승에 따라 구조가 다릅니다. 풀플랫 기능이 있는 구성도 있지만, 풀플랫이라는 말과 침대처럼 완전히 평평하다는 말은 같은 뜻이 아닙니다.
10분이면 됩니다 — 직접 재세요
먼저 실제 차박할 때와 똑같이 시트를 움직입니다. 그리고 줄자를 꺼냅니다.
- 뒤에서 앞까지 실제로 사람이 누울 수 있는 길이
- 휠하우스 등 돌출부를 포함한 가장 좁은 폭
- 접힌 시트와 바닥 사이 단차
- 매트를 깐 뒤 남는 실내 높이
- 문을 닫았을 때 머리와 발이 닿는 위치
- 카시트를 어디에 둘 것인지
- 밤에 짐을 어디로 옮길 것인지
여기서 마지막 두 개가 중요합니다. 둘이 차박할 때는 매트가 맞으면 거의 끝입니다. 가족은 아니에요.
잠자리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어디로 옮겨야 하는지까지 재야 합니다.
네 명이 한 줄로 자야 한다는 생각부터 버려도 됩니다
아이들은 자면서 가만히 있지 않거든요. 위아래가 바뀌기도 하고, 옆 사람 자리까지 넘어옵니다. 그래서 네 명이라고 무조건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눕히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 층 사용
어른과 아이가 모두 같은 바닥에서 잡니다. 가장 단순하지만 폭이 부족하면 불편합니다.
구역을 나누는 방법
어른은 뒤쪽, 아이는 앞쪽처럼 잠자리 방향을 나눕니다. 차량 구조에 맞으면 공간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차 + 도킹텐트
차량은 침실로 쓰고 바깥에 생활공간을 붙입니다. 네 명의 짐과 활동공간을 차 밖으로 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신 설치와 철수가 생깁니다.
복층 구조
실제로 가족 차박에서 사용하는 방법이지만 높이가 줄고 오르내리는 불편이 생깁니다. 어린아이와 사용할 때는 추락 가능성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가족이 편하게 자는 배열이 그 차의 정답입니다.
진짜 문제는 카시트입니다
가족 차박 사진을 보면 차 안이 굉장히 넓어 보입니다. 그런데 실제 출발할 때는 그 공간에 아이들이 앉아 있어야 합니다. 카시트도 있습니다. 그리고 네 사람의 짐도 있습니다.
차박 사진은 대부분 모든 물건을 밖으로 꺼내고 침대를 만든 뒤 찍어요.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건 그 전 과정입니다.
도착했습니다. 아이를 내립니다. 짐을 내립니다. 카시트가 있습니다. 평탄화를 합니다. 매트를 폅니다. 저녁을 먹습니다. 밤이 되면 밖에 꺼냈던 물건 중 일부를 다시 차에 넣어야 합니다. 다음 날 아침에는 이 과정을 반대로 합니다.
이게 가족 차박이에요.
그래서 저는 가족 차박에서 수납장이 몇 리터냐보다 밤에 짐이 어디로 이동하느냐를 먼저 정하라고 하고 싶습니다.
짐을 세 종류로 나누면 편합니다
1. 차 안에 계속 있어야 하는 것
옷, 휴지, 상비품, 휴대폰 충전기처럼 밤에도 바로 꺼내야 하는 물건입니다. 작은 수납함 하나에 모아두는 게 좋아요.
2. 도착하면 밖으로 나가는 것
의자, 테이블, 조리도구처럼 사이트에서 사용하는 물건입니다. 차 안 깊숙이 넣지 말고 먼저 꺼낼 수 있게 싣습니다.
3. 잠자기 전에 다시 넣을 것
음식, 전자제품, 젖으면 곤란한 물건처럼 밤에 밖에 둘 수 없는 것들입니다. 문제는 이 세 번째예요.
이 물건을 넣을 자리를 미리 만들어두지 않으면 자려고 누울 시간에 테트리스를 시작합니다. 가족 차박에서는 수납보다 이동 경로가 중요합니다.
아이 둘이면 설치하는 사람도 한 명 줄어듭니다
둘이 캠핑을 가면 둘이 설치합니다. 아이 둘과 네 명이 가면 어른이 둘이라고 해도 실제 설치 인원은 항상 둘이 아닙니다. 누군가는 아이를 봐야 하는 순간이 생기거든요.
한눈을 팔면 한 아이는 물가나 도로 쪽으로, 다른 아이는 화기 쪽으로 움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텐트부터 치고 요리까지 거창하게 시작하면 부모가 먼저 지칩니다.
“가족 차박은 설치가 적다는 것 자체가 큰 장비입니다.”
처음에는 밥도 간단하게 먹으세요
캠핑을 가면 이상하게 요리를 크게 벌이고 싶어집니다. 집에서는 안 하던 것도 밖에 나가면 굽고 끓이고 볶아요. 아이 둘이 있으면 첫 차박에서는 조금 줄여도 됩니다.
미리 준비해서 가져가거나, 간단하게 구워 먹거나, 밀키트를 사용하거나, 필요하면 근처에서 사 먹어도 됩니다. 차박이 성공했는지를 저녁 메뉴로 평가할 필요는 없어요.
네 명이 싸우지 않고 자고 아침에 일어난다.
이것만 성공해도 다음에는 할 수 있는 게 엄청나게 늘어납니다.
아이들에게 차는 침실이지 놀이터일 필요는 없습니다
낮부터 네 명이 차 안에 들어가 있으면 금방 답답해집니다. 가능하면 낮에는 밖에서 놀고 차는 쉬거나 자는 공간으로 사용하는 게 편합니다.
그래서 가족 캠핑장은 아이가 할 일이 있는 곳이 좋습니다. 물놀이가 있거나, 산책할 곳이 있거나, 놀이터가 있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거나, 그냥 넓게 뛰어다닐 공간이라도 있으면 됩니다.
어른에게 좋은 차박지가 아이에게 좋은 차박지라는 보장은 없어요. 어른은 조용한 풍경을 좋아하지만 아이는 10분 보고 끝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뭐해?” 나옵니다.
가족 차박은 잠자리만큼 낮에 뭘 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비가 오면 카니발과 스타리아의 장점이 살아납니다
가족 차박에서 차량의 장점은 단순히 넓어서만은 아닙니다. 비가 갑자기 오면 일단 네 명이 들어갈 곳이 생깁니다. 바람이 세져도 피할 수 있고, 아이 옷을 갈아입히거나 잠깐 쉬기도 편해요.
하지만 차가 크다고 모든 걸 차 안에서 해결하려고 하면 다시 좁아집니다. 네 명의 생활공간과 네 명의 잠자리를 모두 차량 하나에 넣으려고 하면 계속 물건을 옮겨야 합니다.
그래서 가족 차박을 자주 하게 되면 도킹텐트나 타프가 등장하는 이유를 이해하게 됩니다. 차량을 더 크게 만드는 게 아니라 거실을 밖으로 하나 만드는 것이죠. 다만 이것도 처음부터 살 필요는 없습니다. 한두 번 자보고 정말 필요한지 결정하면 됩니다.
계절이 바뀌면 그때 전기를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준비하고 나서 배터리를 생각해도 늦지 않습니다. 가족이라고 해서 무조건 대용량 배터리가 필요한 건 아니에요. 봄·가을에 조명과 휴대폰 충전 정도만 한다면 전기 사용은 크지 않습니다.
겨울에 무시동히터를 사용하거나, 한여름 열대야에 차 안에서 에어컨을 사용하려고 하면 그때부터 전력 계산이 중요해집니다. 특히 여름 냉방은 전기를 많이 사용하니까 별도로 계산해야 합니다.
그 내용은 CH.03 여름 캠핑에서 따로 보는 게 낫습니다. 이 글까지 다시 배터리 표로 채우면 결국 가족 차박 이야기가 또 배터리 이야기가 되어버립니다.
가방형이냐 매립형이냐도 가족 수로 결정하지 않습니다
기존에는 이렇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1박이면 가방형. 자주 가면 매립형. 여름이면 큰 배터리.
그런데 가족 차박에서는 조금 다른 기준으로 보는 게 좋습니다.
““몇 Ah가 필요하지?”보다 먼저, “이 물건을 매번 어디에 둘 거지?””
아이가 있다면 안전은 한 단계 보수적으로 갑니다
아이와 함께라면 화기와 난방 장비는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화기는 텐트 밖에서 사용하고, 취침 전 화롯대의 불을 완전히 끄고, 난방기기를 쓴다면 일산화탄소에 대비합니다.
연소식 난방장비를 사용한다면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준비하세요. 자세한 것은 CH.05 무시동히터 안전에 있습니다.
도착하면 이 순서로 해보세요
- 아이들이 다닐 범위를 먼저 봅니다. 차가 다니는 길, 물가, 경사, 화장실 위치를 먼저 확인합니다
- 오늘 밤 잘 형태로 차를 세웁니다. 나중에 평탄화한다고 차를 다시 움직이면 밖에 꺼낸 장비를 전부 옮겨야 할 수도 있습니다
- 한 사람은 아이, 한 사람은 최소 세팅. 둘이 동시에 설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게 편합니다
- 잠자리는 해 지기 전에 한번 만들어봅니다. 밤 10시에 처음 평탄화를 시작하지 마세요. 매트가 안 맞는다는 걸 어두워진 뒤 발견하면 답이 없습니다
- 저녁은 단순하게. 첫날부터 코스요리를 만들 필요 없습니다
- 자기 전 화장실. 아이 둘이면 둘 다 갑니다. 한 명이 안 간다고 해도 다시 한번 물어봅니다
- 밤에 필요한 물건을 손 닿는 곳에. 물, 휴지, 랜턴, 겉옷, 신발 정도입니다. 한밤중에 트렁크 수납함 맨 아래를 뒤질 일을 만들지 않는 게 좋습니다
처음 챙긴다면 이 정도부터 시작합니다
- 실제 차량에서 시험해 본 평탄화 매트
- 계절에 맞는 침구
- 암막 또는 시선 차단
- 환기용 방충망
- 갈아입을 옷
- 젖은 옷을 넣을 봉투
- 익숙한 작은 이불이나 베개
- 낮에 가지고 놀 물건 한두 개
- 밤에 바로 찾을 수 있는 신발
- 랜턴
- 물
- 휴지와 물티슈
- 쓰레기봉투
- 간단한 상비품
- 벌레 대책
- 연소식 난방장비 사용 시 CO 경보기
- 화기 주변 아이 접근 방지
- 텐트 스트링 야간 표시
- 기상 확인
- 캠핑장 대피로·소화기 위치 확인
- 휴대폰 충전에 필요한 정도부터
- 냉난방 장비를 쓸 때만 별도 계산
- 차량 시동용 배터리에 야간 생활전원을 의존하지 않기
짐 목록 전체는 짐싸기 체크리스트에서 출발하면서 하나씩 확인하면 됩니다.
카니발이냐 스타리아냐보다 먼저 물어볼 것
어느 차가 가족 차박에 더 좋냐는 질문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렇게 되묻고 싶어요.
- 아이들이 몇 살인지
- 카시트가 몇 개인지
- 차박할 때 몇 명이 실제로 차 안에서 잘 것인지
- 밖에 텐트를 붙일 건지
- 짐을 얼마나 가지고 다닐 건지
- 캠핑을 자주 하는지
- 평소에도 이 차를 매일 타야 하는지
이 질문에 따라 답이 달라집니다. 카니발도 좋은 차고 스타리아도 공간 활용이 좋은 차입니다. 하지만 차박은 자동차 제원표에서 하는 게 아니에요.
우리 가족 네 명이 실제로 타고, 짐을 싣고, 저녁을 먹고, 화장실을 다녀오고, 아이를 재우고, 다음 날 다시 짐을 싣고 집에 오는 겁니다. 그 과정을 편하게 해주는 차가 우리 가족에게 좋은 차입니다.
장비를 늘리는 취미가 아니라 일을 줄이는 취미여야 합니다
처음에는 하나씩 더 사고 싶습니다. 선반 하나. 테이블 하나. 배터리 하나. 도킹텐트 하나. 냉장고 하나.
그런데 가족이 넷이면 장비 하나를 추가할 때마다 싣는 일, 내리는 일, 설치하는 일, 정리하는 일도 같이 하나씩 늘어납니다.
그래서 몇 번 다녀온 가족들은 반대로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이걸 안 가져가도 되나? 이 질문이 나오기 시작하면 조금 편해집니다.
아이와 함께 가는 차박은 완벽한 캠핑장을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에요. 아이들이 밖에서 잘 놀고, 저녁 잘 먹고, 밤에 네 명이 어떻게든 잘 자고, 다음 날 또 가고 싶다고 하면 성공입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마세요. 가까운 곳에서 한 번 자보고. 불편했던 것 하나 고치고. 또 한번 가보고. 그래도 불편하면 장비 하나 추가하면 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세팅이 인터넷에서 본 풀세팅보다 우리 가족에게 훨씬 잘 맞습니다.
네 식구가 떠날 때는 침상 넓이보다 밤중 화장실 길을 먼저 보라. 짐 하나를 더 싣는 것은 물건 하나를 얻는 일이지만, 다음 날 다시 내려야 할 일도 하나 얻는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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