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우의·레인웨어
비 예보를 보고 우산 하나 챙기면 됐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비 오는 캠핑에서 실제로 하는 일 — 타프 치기, 짐 옮기기, 팩 다시 박기 — 은 전부 두 손이 필요한 일이다.
짧은 답
입는 것이 먼저, 우산은 보조다. 캠핑에서는 상하 분리형 레인웨어나 판초가 우산보다 훨씬 쓸모가 많다. 두 손이 자유롭고 바람에 뒤집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발을 잊지 않는다 — 젖은 신발은 그날 하루를 통째로 망친다. 갈아입을 마른 옷 한 벌은 비 예보와 무관하게 상시 품목으로 둔다.
우산이 통하지 않는 이유
캠핑장은 대부분 트인 지형이라 비가 수직으로만 오지 않는다. 바람이 섞이면 우산은 아래쪽 절반을 못 막고, 손 하나가 묶인다. 게다가 비 오는 날 캠핑에서 필요한 동작은 대부분 몸을 숙이고 두 손을 쓰는 동작이다.
그렇다고 우산이 무용한 것은 아니다. 사이트와 화장실을 오가거나, 아이를 데리고 잠깐 이동하거나, 조리 중 냄비 위를 가릴 때는 우산이 가장 편하다. 순서를 바꿔서 입는 것을 기본으로 두고 우산을 하나 더 챙기는 방식이 맞다.
| 장면 | 적합한 것 | 이유 |
|---|---|---|
| 타프·텐트 설치, 팩 정리 | 레인재킷 상하 세트 | 두 손이 필요하고 몸을 숙인다 |
| 짐 나르기 | 판초 | 몸과 배낭을 함께 덮는다 |
| 화장실·개수대 이동 | 우산 | 짧고 손이 자유롭지 않아도 된다 |
| 아이와 이동 | 아이는 우의, 어른은 우산 | 아이는 우산 조작이 서툴다 |
| 비 그친 뒤 젖은 풀밭 | 방수 신발·장화 | 비보다 젖은 풀이 신발을 적신다 |
고르는 기준
- 내수압과 투습
- 내수압은 물을 얼마나 버티는지, 투습은 안쪽 땀을 얼마나 내보내는지를 말한다. 값싼 비닐 우의는 내수압은 충분한데 투습이 0에 가까워, 밖에서 안 젖고 안에서 젖는다. 움직이는 작업을 할 계획이면 투습 성능이 있는 쪽을 고른다.
- 상하 분리형 vs 판초
- 설치·정리 작업에는 상하 분리형이 낫다. 다리가 자유롭고 바람에 펄럭이지 않는다. 판초는 입고 벗기가 빠르고 배낭까지 덮지만, 바람이 불면 통제가 안 된다.
- 후드
- 후드가 얼굴을 따라 돌아가는지 본다. 조절끈이 없으면 고개를 돌릴 때 시야가 가려진다. 챙이 있는 후드가 얼굴로 흘러내리는 물을 막아 준다.
- 지퍼 처리
- 방수 지퍼이거나 지퍼 위를 천으로 덮는 구조여야 한다. 대부분의 누수는 지퍼와 소매 끝에서 시작한다.
- 발
- 가장 자주 잊는 항목이다. 방수 신발이나 장화, 아니면 마른 양말 여벌 여러 켤레. 젖은 양말을 하루 신고 있으면 물집이 생기고 체온이 떨어진다.
- 수납
- 비 오는 날 젖은 우의를 어디 넣을지 미리 정해 둔다. 큰 지퍼백이나 방수 주머니 하나면 차 안이 젖는 걸 막는다.
젖는 것이 위험이 되는 지점
여름에도 저체온증은 온다
저체온증은 체온이 35도 아래로 내려간 상태를 말한다. 기온이 아주 낮지 않아도 젖은 상태 + 바람이면 체온은 빠르게 떨어진다. 여름 계곡이나 장마철 캠핑에서 아이가 입술이 파래지고 덜덜 떠는 상황은 드물지 않다. 이때 가장 먼저 할 일은 담요를 덮는 게 아니라 젖은 옷을 벗기는 것이다.
젖었을 때 순서
-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차 안·텐트 안)으로 들어간다
- 젖은 옷을 벗기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힌다. 젖은 옷 위에 담요만 덮으면 계속 식는다
- 머리와 목을 먼저 덮는다. 열이 가장 많이 빠져나가는 부위다
- 의식이 또렷하면 따뜻한 음료를 준다. 술은 주지 않는다 — 혈관을 넓혀 열을 더 뺏는다
- 심하게 떨거나 말이 어눌하거나 의식이 흐리면 119. 몸을 세게 문지르거나 흔들지 않는다
- 구급함에 체온계가 있는지 확인해 둔다
그래서 레인웨어는 편의 장비가 아니라 안전 장비에 가깝다. 장마철 캠핑이나 비 오는 날 텐트 캠핑을 계획한다면 우선순위를 앞으로 당겨도 된다.
자주 묻는 것
Q. 일회용 비닐 우의로 버티면 안 되나요?
짧은 이동은 된다. 다만 잘 찢어지고 투습이 없어 안에서 땀으로 젖는다. 무엇보다 바람에 펄럭여 작업을 방해한다. 비상용으로 차에 몇 장 두는 건 좋고, 그것만으로 비 오는 날 설치·철수를 감당하려는 계획은 권하지 않는다.
Q. 우산을 챙긴다면 어떤 게 좋나요?
가벼운 접이식보다 살이 튼튼한 장우산이 캠핑장에서는 낫다. 바람에 뒤집히지 않고, 접이식보다 오래 버틴다. 다만 어디까지나 보조라는 전제는 그대로다.
Q. 레인재킷을 방한 재킷으로 겸해도 되나요?
겸용 제품도 있지만 원리가 다르다. 방수는 물을 막는 것이고 방한은 공기를 가두는 것이다. 겸하려면 얇은 레인재킷을 겉에 걸치고 안쪽 보온을 따로 두는 구성이 낫다. 자세한 건 의류 레이어링에 있다.
Q. 비 오는 날은 그냥 안 가는 게 맞나요?
비만 오는 날은 갈 만하다. 문제는 비에 바람이 붙을 때다. 강풍주의보가 예보되면 판단을 다시 한다. 자세한 기준은 로프·팩의 바람 항목을 참고한다.
양자냥
비를 막는 자는 손을 잃고, 비를 입는 자는 손을 얻느니라. 무엇보다 발을 잊지 말라.
틀린 내용이나 빠진 내용을 알려주시면 물별이 살펴보고 문서에 반영해요.
마지막 정리 2026-07-30 · 더 물어볼 게 있으면 양자냥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