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뱅크 vs 배터리+인버터 자작 — 어느 쪽이 내 몫인가
차박 전기의 첫 갈림길이다. 한쪽이 더 좋은 물건이라서 갈리는 것이 아니라 쓰는 사람이 달라서 갈린다. 무엇을 켤 것인가, 며칠 자는가, 차를 뜯을 것인가 — 이 셋이 답을 정한다.
두 경로의 정체
- 파워뱅크 (올인원)
- 인산철 배터리 + 인버터 + BMS + 출력 포트를 한 상자에 넣은 물건이다. 사는 즉시 쓰고, 집 콘센트에 꽂아 두면 충전이 끝난다. 105Ah 급이면 105 × 12.8 = 약 1,344Wh 이고 무게는 15~17kg 대다. 내장 인버터가 보통 1,500W 라 그 이하 가전은 외부 인버터 없이 그대로 돌아간다.
- 배터리+인버터 조합
- 인산철 배터리·정현파 인버터·충전기(220V·주행·태양광)·퓨즈와 전선을 따로 사서 잇는 구성이다. 부품마다 용량을 따로 고르고 나중에 한 부품만 바꿀 수 있다. 대신 전선 굵기와 퓨즈 위치까지 사람이 정해야 한다.
- 중간 경로도 있다
- 가방형 파워뱅크의 대전류 단자에 외부 인버터를 물리는 방식이다. 다만 XT90 같은 커넥터는 대략 50A(약 600W) 가 한계라, 이 경로로 2,000W 를 뽑을 수는 없다. 단자 규격을 넘겨 쓰면 커넥터가 녹는다.
값은 총액이 아니라 용량당으로 본다
두 경로의 값을 견주는 자리에서 가장 흔한 실수가 첫 구입 총액만 비교하는 것이다. 100Ah 한 대 수준에서는 파워뱅크가 거의 언제나 싸다. 인버터와 충전기와 배선을 따로 사면 그것들만으로도 배터리 한 대 값에 근접하기 때문이다. 갈리는 지점은 용량을 키울 때다.
| 항목 | 파워뱅크 (올인원) | 배터리+인버터 조합 |
|---|---|---|
| 처음 사는 것 | 본체 하나 | 배터리 · 인버터 · 충전기 · 퓨즈 · 전선 |
| Wh 를 두 배로 늘릴 때 | 본체를 한 대 더 사거나 큰 모델로 교체 | 배터리만 추가 — 인버터·충전기는 그대로 |
| 용량당 단가 흐름 | 용량이 커질수록 가파르게 오른다 (케이스·인버터·포트가 함께 커진다) | 배터리 값에 수렴한다 (나머지는 한 번만 산다) |
| 작은 용량에서 | 유리 | 부품 값이 먼저 나가 불리 |
| 큰 용량에서 | 불리 — 200Ah 를 넘어가면 제품 자체가 드물다 | 유리 |
산수를 한 번 해 보면 감이 잡힌다. 220V 전기장판을 하룻밤 켜면 약 700Wh, 조명과 폰 충전을 더해 하루 800Wh 남짓이다. 1,344Wh 짜리 파워뱅크 한 대면 하룻밤은 넉넉하고 이틀째가 빠듯하다. 여기에 12V 냉장고(하루 약 1,000Wh)가 들어오면 800 + 1,000 = 하루 약 1,800Wh 가 되어 한 대로는 첫날 밤도 넘기지 못한다. 이 지점부터가 조합의 자리다.
확장 · 수리 · 업그레이드
- 내장 인버터가 그대로 천장이다
- 올인원은 내장 인버터의 출력이 상한이다. 1,500W 짜리를 산 뒤 2,000W 커피포트를 쓰고 싶어져도 인버터만 키우는 확장이 되지 않는다. 조합에서는 인버터만 2K 에서 3K 로 바꾸면 끝난다.
- 배터리만 늘리기
- 조합에서는 배터리를 병렬로 더해 용량을 키운다. 다만 1년 이상 쓴 배터리와 새 배터리를 묶는 것은 좋은 조합이 아니다. 늘릴 생각이 있다면 처음부터 한 단계 위를 사는 쪽이 대개 싸게 먹힌다.
- 충전 경로의 수
- 파워뱅크는 포트에 꽂는 방식이라 경로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올인원에 태양광을 물렸는데 느린 경우의 대부분은 내장 충전 회로의 전류 제한이다 — 5A 제한이 걸려 있으면 200W 패널을 물려도 80W 남짓만 들어간다. 조합은 220V·주행충전·태양광을 상시로 물려 둘 수 있다.
- 고장 났을 때
- 올인원은 인버터가 죽어도 상자째 보내야 하고, 그동안 전기가 통째로 없다. 조합은 죽은 부품만 바꾼다. 인버터 수명은 대체로 10년 이하로 보는데 배터리는 그보다 오래 간다 — 수명이 다른 부품이 한 몸으로 묶여 있다는 뜻이다.
무게와 공간
| 파워뱅크 | 배터리+인버터 조합 | |
|---|---|---|
| 차지하는 자리 | 트렁크 한 칸 — 결국 짐이다 | 배터리 자리 + 인버터 통풍 자리 + 충전기 자리 |
| 무게 감각 | 105Ah 급이 15~17kg 대 | 200Ah 급 30kg 대 · 300Ah 급 50kg 안팎 |
| 옮기기 | 다른 차로 옮겨 실을 수 있다 | 고정하면 그 차의 물건이 된다 |
| 차 밖에서 | 텐트·낚시·집에서도 쓴다 | 불가 |
| 설치 | 없음 — 실으면 끝 | 자리 잡기·배선·고정 작업 |
혼자 차에 싣고 내릴 수 있는 한계가 대략 100Ah 급이다. 그 위로 올라가면 들고 다니는 물건이라는 성질 자체가 사라지고, 어차피 차에 고정하게 된다. 파워뱅크의 진짜 장점은 용량이 아니라 옮길 수 있다는 것이므로, 옮기지 않을 크기를 파워뱅크로 사는 것은 장점은 버리고 값만 치르는 셈이 된다.
어느 쪽이 내 몫인가
| 축 | 파워뱅크가 맞는 쪽 | 조합이 맞는 쪽 |
|---|---|---|
| 쓸 가전 | 전기장판·조명·폰·노트북 — 1,500W 이하 | 커피포트·전자레인지·인덕션 — 2,000W 넘는 것이 하나라도 |
| 냉장고 | 여름에 가끔 | 상시 (하루 약 1,000Wh) |
| 박수 | 1박 2일 · 중간에 충전할 곳이 있는 일정 | 2박 이상 · 충전 없이 사흘 |
| 차종 | 세단·소형 SUV — 뜯을 자리가 없다 | 캠핑카·포터/봉고 개조·카라반 |
| 차 밖 사용 | 텐트 캠핑·낚시·정전 대비를 겸한다 | 차 안에서만 쓴다 |
| 손 | 전선과 퓨즈를 만지고 싶지 않다 | 배선을 직접 하거나 시공을 맡길 생각이 있다 |
- 동시에 켤 가전의 W 합이 1,500W 를 넘는다
- 하루 소비가 1,344Wh(105Ah 가방형 한 대)를 넘는다
- 충전 없이 이틀 이상 머문다
- 12V 냉장고를 상시 돌린다
- 차를 이미 뜯었거나 뜯을 계획이 있다
반대로 하나도 해당하지 않는다면 파워뱅크가 정답이다. 더 큰 구성을 권하는 말은 대개 파는 쪽의 말이지 쓰는 쪽의 계산이 아니다. 쓸 것에서 거꾸로 용량을 세는 순서는 몇 Ah 를 사야 하나 에 정리돼 있고, 인버터를 몇 W 로 잡을지는 인버터 용량 에 있다.
겨울에 갈리는 것
겨울은 두 경로의 차이가 가장 크게 드러나는 계절이다. 다만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인산철은 영하에서 쓰는 것(방전)이 정상이다. 문제가 되는 쪽은 충전이다.
- 저온 충전은 차단이 아니라 비권장이다
- 저온에서 충전이 물리적으로 막히는 인산철은 실제로 드물다 — 권장하지 않을 뿐이다. 퀀텀캣 배터리는 영하 10도에서도 0.2C 이하 충전을 허용한다 (100Ah 면 20A · 300Ah 면 60A). 피해야 할 것은 저온에서의 대전류 충전이고, 그것이 수명을 깎는다.
- 파워뱅크의 겨울 강점
- 들고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밤에 실내나 단열 박스에 들여놓으면 다음 날 아침 충전이 정상으로 들어오고, 저온에서 떨어진 출력도 회복된다. 이 한 가지가 겨울에는 꽤 큰 차이가 된다.
- 조합의 겨울 대응
- 옮길 수 없으니 자리로 푼다. 외기에서 먼 쪽·단열이 되는 쪽에 배터리를 앉히고, 겨울 일정은 출발 전 완충을 원칙으로 잡는다. 저온에서 허용되는 충전 전류는 용량에 비례하므로 큰 배터리 쪽이 겨울에 여유가 크다.
- 겨울 태양광에 일정을 걸지 않는다
- 해가 짧고 각도가 낮아 발전량 자체가 준다. 어느 경로를 고르든 겨울 충전 계획은 보수적으로 잡는 편이 안전하다.
자주 묻는 것
그대 차박러여, 한 몸으로 사는 것과 따로 사는 것 사이에 더 좋은 것은 없느니라. 옮길 사람은 한 몸을 사고 늘릴 사람은 따로 사는 법이니, 물건을 고르기 전에 그대가 어느 쪽 사람인지부터 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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