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밤을 다니려면
전기를 채우는 세 가지 길
둘째 날 저녁부터 잔량을 자꾸 보게 됩니다. 그때 답은 더 큰 배터리가 아니라, 다시 채울 길을 몇 개 가졌느냐입니다.
첫날은 괜찮았습니다. 배터리를 완충해서 출발했고, 조명도 켰고, 휴대폰도 충전했습니다. 밤에 전기장판도 썼습니다.
그런데 둘째 날 저녁이 되니까 생각이 달라집니다. 배터리 잔량을 자꾸 보게 됩니다. 오늘 밤까지는 될 것 같은데 내일까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때 대부분 같은 생각을 합니다.
“배터리를 더 큰 걸 살걸.”
그런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는 배터리를 파는 사람이지만, 여러 밤을 다닐 생각이라면 용량부터 키우라고 권하지 않습니다.
“1박은 배터리 이야기지만, 3박부터는 충전 이야기입니다.”
1박과 3박은 계산 방법이 다릅니다
1박 2일은 쉽습니다. 집에서 완충합니다. 가서 씁니다. 집에 돌아와 다시 충전합니다. 배터리는 말 그대로 물통입니다. 충분히 큰 물통 하나 들고 가면 끝입니다.
그런데 2박, 3박, 일주일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물통을 계속 크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어딘가에서 다시 채워야 합니다.
그때부터 봐야 할 것이 배터리 용량이 아니라 충전 경로입니다.
전기를 채우는 길은 세 가지입니다
차박에서 현실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 경로 | 채우는 조건 | 약점 |
|---|---|---|
| 주행충전 | 이동하는 시간만큼 | 겨울 저온에서 제한 |
| 태양광 | 세워 둔 낮 시간 | 날씨·계절에 좌우 |
| 220V | 콘센트가 있을 때 | 전기 사이트를 골라야 함 |
세 가지 중 무엇이 제일 좋으냐고 물으면 답하기 어렵습니다. 일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매일 이동하는 여행과 한자리에서 사흘 머무는 캠핑은 전기 시스템도 달라야 합니다.
주행충전 — 차가 움직이는 시간이 충전시간입니다
주행충전은 이해하기 쉽습니다. 자동차가 달릴 때 발전되는 전기를 보조 배터리로 가져오는 방식입니다.
- 40A 주행충전기라면 100Ah 배터리를 0에서 80%까지 약 2시간 주행으로 채우는 계산
- 60A급이라면 200Ah를 0에서 80%까지 약 2.7시간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암페어보다 일정입니다. 오늘 캠핑장에서 자고 내일 다른 곳으로 두 시간 이동한다면, 그 이동 시간이 그냥 충전시간이 됩니다. 캠핑 때문에 따로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여러 지역을 옮겨 다니는 차박에서는 주행충전이 상당히 편합니다. 직결이 위험한 이유, 퓨즈와 전선 굵기 같은 설치 쪽 수치는 주행 충전기 페이지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동이 있는 여행이 오히려 전기에 유리합니다
이게 처음에는 조금 이상하게 들립니다. 한곳에 가만히 있는 게 배터리를 덜 쓸 것 같잖아요. 그런데 충전까지 생각하면 반대가 될 수 있습니다.
한자리에서 사흘을 머물면 자동차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주행충전도 없습니다. 결국 태양이나 220V를 기다려야 합니다. 반대로 매일 조금씩 이동하면 이동할 때마다 배터리가 다시 채워집니다.
“같은 배터리를 가지고도 이동하는 차박이 정주하는 차박보다 전기에 여유가 생길 수 있습니다.”
여행 일정을 짤 때 이걸 같이 생각하면 배터리를 무조건 크게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태양광 — 내가 쉬는 동안 전기가 들어옵니다
태양광의 장점은 차가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아침에 세워놓고 놀러 갑니다. 점심 먹고 돌아옵니다. 그동안 배터리가 충전됩니다.
200W 태양광을 맑은 날 일조 5시간 기준으로 보면 약 60Ah 정도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장시간 한자리에 머무는 사람에게 태양광은 상당히 유용합니다.
| 배터리 | 200W 태양광으로 0 → 100% |
|---|---|
| 100Ah | 약 2일 |
| 200Ah | 약 3~4일 |
| 300Ah | 약 5~6일 |
여기까지만 보면 굉장히 좋아 보입니다. 문제는 하늘입니다.
태양광 단독 계획은 세우지 않습니다
저는 태양광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잘 쓰면 정말 편합니다.
그런데 태양광만 믿고 여러 날 일정을 짜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흐린 날에는 발전량이 50~70% 감소할 수 있고, 겨울에는 30~50% 감소할 수 있습니다. 태양광은 흐린 날에도 발전하지만 맑은 날과 같은 양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태양광 제조사 자료에서도 구름과 음영을 출력을 낮추는 주요 조건으로 설명합니다.
첫날 흐립니다. 괜찮습니다. 둘째 날도 흐립니다. 그때부터 계획이 틀어집니다.
배터리는 날씨예보를 보고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태양광은 유일한 충전수단보다 두 번째 충전수단으로 두는 게 편합니다. 패널 용량과 MPPT 컨트롤러 세팅은 태양광 패널 페이지를 보시면 됩니다.
220V — 가장 재미없지만 가장 확실합니다
캠핑 전기 이야기를 하면 태양광이나 주행충전 이야기가 멋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가장 확실한 것은 여전히 콘센트입니다.
220V가 있으면 날씨를 보지 않습니다. 차를 달릴 필요도 없습니다. 충전기를 꽂으면 됩니다.
충전기는 배터리 용량의 1/10 정도 충전속도를 기준으로 잡는 방식이 무난하고, 40A급이라면 몇 시간 안에 완충하는 구성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여러 날 여행을 한다면 일정 중 한 번 정도 전기 사용이 가능한 캠핑장을 넣는 것도 방법입니다. 캠핑장 쪽에서 실제로 얼마나 쓸 수 있는지는 오토캠핑장 전기 (위키)에 정리돼 있습니다.
하루에 얼마나 쓰는지도 같이 봅니다
충전만 계산하면 안 됩니다. 들어오는 전기와 나가는 전기를 같이 봐야 합니다.
- 조명과 휴대폰 충전 정도라면 하루 200~300Wh 정도
- 냉장고가 들어오면 사용량은 크게 올라갑니다
- 전기장판을 사용하면 800~1,200Wh가 추가됩니다
여기서 여행 스타일이 갈립니다. 여름에 냉장고를 계속 사용하는 사람. 겨울에 전기장판을 사용하는 사람. 밤에는 휴대폰만 충전하는 사람. 같은 200Ah 배터리라도 누구에게는 며칠이고, 누구에게는 금방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배터리 용량을 먼저 묻기보다 하루에 무엇을 켤 것인가를 먼저 적어보는 게 맞습니다. 가전을 골라 시간만 넣으면 되는 전력 계산기를 쓰시면 빠릅니다.
일정으로 바꾸면 답이 쉽게 나옵니다
| 일정 | 권장 구성 |
|---|---|
| 1박 2일 | 완충해서 출발 — 충전 경로 없어도 됨 |
| 2박 3일, 이동 있음 | 주행충전 확보. 200Ah급이면 여유 |
| 2박 이상, 한자리 머무름 | 태양광 + 220V 중 하나는 필요 |
| 장박·냉장고 상시 | 주행 + 태양광 + 220V 3중 |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장비 이름이 아닙니다. 내 일정표를 보는 겁니다.
- 내일 이동한다면 주행충전이 있습니다. 사흘 동안 움직이지 않는다면 없습니다
- 전기 사이트에 들어갈 예정이라면 220V가 있습니다. 계속 노지라면 없습니다
충전 시스템은 차량보다 여행 일정에 맞춰야 합니다.
장박은 세 가지를 다 쓰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두 밤이면 하나가 고장 나도 어떻게든 버틸 수 있습니다. 오래 머물수록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날씨가 흐릴 수 있습니다. 차를 며칠 안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전기를 예상보다 많이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장박이나 냉장고를 상시 사용하는 구성에서는 주행충전 + 태양광 + 220V 세 가지 길을 모두 만들어두는 방식이 편합니다. 태양이 좋으면 태양광으로 채웁니다. 이동하면 주행충전으로 채웁니다. 둘 다 안 되면 220V를 씁니다.
“배터리를 무한정 크게 만드는 게 아니라, 충전할 방법을 겹쳐두는 것입니다.”
겨울에는 충전도 조심해야 합니다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겨울에 방전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충전 온도도 봐야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추우면 무조건 충전이 멈춘다는 뜻이 아니라, 저온에서 대전류로 충전하는 것이 배터리 수명에 불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겨울에는 배터리를 차 안이나 단열된 공간에 두고, 가능하면 출발 전에 완충하는 것을 원칙으로 잡는 게 좋습니다. 겨울 여행에서 충전 계획은 여름보다 보수적으로 잡습니다. 영하에서 쓰는 쪽 이야기는 겨울 배터리 문답 (위키)에 더 있습니다.
장마에는 태양광 계산을 낮춰 잡습니다
여름에는 해가 길어서 태양광이 잘될 것 같지만 장마가 있습니다. 며칠씩 흐릴 수 있습니다. 태양광은 발전을 하더라도 평소 기대했던 양이 안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가 이어지는 여행에서는 “내일 태양광으로 채우지”라는 계획을 미리 빼는 게 낫습니다. 이럴 때 주행충전이나 220V가 있으면 계획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충전 경로 하나가 사라져도 다른 길이 있어야 합니다.
주행충전과 220V를 동시에 연결해도 될까
구성에 따라 가능합니다. 여러 충전원을 같은 배터리 계통에 연결하는 것 자체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한 가지를 정확히 해야 합니다.
“BMS가 두 충전기의 우선순위를 알아서 정해준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 각 충전기의 충전 전압과 프로파일이 배터리에 맞아야 합니다
- 합산 충전전류가 배터리와 BMS의 허용 범위를 넘지 않아야 합니다
- 일부 주행충전기는 태양광과 차량 입력 사이의 우선순위를 충전기 자체에서 처리하기도 합니다
즉 우선순위는 BMS의 일반 기능이 아니라 시스템 설계의 문제입니다. 제조사도 여러 충전원을 같은 배터리에 사용할 경우 충전 설정과 허용 전류를 맞추도록 안내합니다. 설치할 때는 사용하려는 주행충전기와 220V 충전기의 제조사 기준을 확인하는 게 맞습니다.
배터리를 하나 더 사기 전에 이것부터 봅니다
전기가 부족하면 배터리를 늘리는 게 가장 쉬워 보입니다. 100Ah가 부족하면 200Ah. 200Ah가 부족하면 300Ah. 그런데 용량만 계속 늘리면 결국 언젠가는 비어 있습니다.
채우지 않으면 큰 배터리도 큰 빈 통일 뿐입니다.
그래서 여러 밤을 다니기 시작했다면 먼저 확인합니다.
- 하루에 실제로 무엇을 사용하는가
- 다음 날 이동하는가
- 이동한다면 주행충전이 가능한가
- 한자리에 오래 머무르는가
- 태양광을 설치할 조건이 되는가
- 일정 중 220V를 사용할 장소가 있는가
- 겨울이라면 배터리 온도와 충전전류를 확인했는가
- 충전 경로 하나가 막혀도 다른 방법이 있는가
여기까지 보고 나서도 부족하면, 그때 배터리 용량을 키우면 됩니다.
정리 — 배터리가 아니라 흐름을 봅니다
첫 차박에서는 몇 Ah짜리를 살지 고민합니다. 몇 번 다니다 보면 질문이 바뀝니다.
“오늘 쓴 전기를 내일 어디서 다시 채우지?”
여기까지 오면 차박 전기를 조금 이해하기 시작한 겁니다. 주행하는 동안 채우고, 세워둔 동안 태양으로 채우고, 필요한 날은 220V로 확실하게 채웁니다.
저는 배터리를 파는 사람이지만 배터리를 계속 크게 만드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배터리 용량을 한 단계 올리는 것보다 충전 경로를 하나 더 만드는 편이 더 싸고 편합니다.
1박은 가지고 간 전기로 잡니다. 여러 밤은 다시 채울 수 있는 전기로 다닙니다. 그 차이를 알면 장거리 차박의 계산이 훨씬 쉬워집니다.
참고로 전기차를 타신다면 이 계산이 통째로 달라집니다. 차 밑에 이미 아주 큰 배터리가 있어서 충전 경로를 고민하기 전에 그 전기를 꺼내 쓰는 쪽이 먼저입니다. 전기차로 차박 — V2L만으로 되나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큰 독 하나를 짊어지고 먼 길을 갈 생각보다 길마다 우물 하나씩 마련하라. 전기는 많이 품는 자보다 다시 채울 길을 아는 자에게 오래 머무느니라.
주행충전기·태양광·220V 충전기를 어떻게 조합할지 막히시면 퀀텀캣·MD홍 고객센터(1668-1960) 또는 카카오톡 채널로 문의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