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로 차박
V2L만으로 되나
차 밑에 이미 아주 큰 배터리가 깔려 있습니다. 그 전기를 꺼내 쓰는 법만 알면, 차박 장비를 하나 덜 사도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기차를 사고 나면 한번 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차박입니다. 이유가 있어요. 내연기관 차박에서는 늘 전기가 문제였거든요.
휴대폰 정도야 어떻게든 충전하지만, 전기장판을 쓰고 선풍기를 돌리고 냉장고를 쓰기 시작하면 보조 배터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전기차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V2L이 있는 전기차라면 차박용 보조 배터리를 따로 안 사도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인산철 배터리를 파는 사람입니다. 그래도 이건 그렇다고 말씀드리는 게 맞습니다. 다만 세 가지를 알아야 합니다. 실내 V2L과 실외 V2L은 다르고, 유틸리티 모드를 알아야 하고, 아침에 남길 배터리를 미리 정해야 합니다.
차 밑에 이미 아주 큰 배터리가 깔려 있습니다
요즘 전기차의 구동용 배터리는 대개 60~90kWh대입니다. 캠핑용 파워뱅크와 비교하면 수십 배입니다.
그리고 V2L이 있으면 그 전기를 밖으로 꺼내 쓸 수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바퀴 달린 대용량 파워뱅크가 이미 실려 있는 셈입니다.
전기차 차박의 시작은 배터리를 하나 더 사는 게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아주 큰 배터리를 제대로 쓰는 것부터입니다.
V2L이 뭔가 — 그리고 이 전기는 어디서 나오나
V2L은 Vehicle to Load입니다. 쉽게 말하면 자동차 배터리에 들어 있는 전기를 밖으로 꺼내서 가전제품에 사용하는 기능입니다. 출력은 220V·16A, 약 3.6kW까지입니다.
이미 220V 교류가 나오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용에서는 별도의 정현파 인버터를 추가할 필요가 없습니다. 콘센트에 가전을 꽂으면 됩니다. 전기장판을 쓰고. 선풍기를 돌리고. 노트북을 충전하고.
다만 연결한 제품의 총 소비전력이 차량의 V2L 한도를 넘으면 차량이 전원을 차단합니다. 콘센트가 있다고 무한정 나오는 전기는 아닙니다.
이 전기는 12V 배터리에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이 부분이 중요합니다. 전기차에도 일반 자동차처럼 12V 보조배터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V2L에서 사용하는 주된 에너지원은 이 작은 12V 배터리가 아닙니다. 차를 움직이는 구동용 고전압 배터리입니다.
그래서 캠핑에 유리한 겁니다. 조명 몇 개 켰다고 아침에 시동용 배터리가 바닥나는 방식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유틸리티 모드 역시 차량 내부 장치를 사용할 때 12V 배터리만 계속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구동용 고전압 배터리를 활용하도록 하는 기능입니다.
전기차 차박에서 유틸리티 모드를 알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런데 V2L이 두 종류입니다
전기차를 처음 산 분들이 여기서 가장 많이 헷갈립니다.
| 실내 V2L | 실외 V2L | |
|---|---|---|
| 위치 | 차량 실내 콘센트 | 차량 외부 충전구 |
| 필요한 것 | 별도 어댑터 없이 플러그 연결 | 전용 V2L 커넥터 |
| 차박에서 | 차 안에서 전기 사용 | 차 밖으로 전기 공급 |
| 장시간 사용 | 차량 전원 상태·유틸리티 모드 확인 | 실외 V2L 연결 절차에 따라 사용 |
| 주의 | 차종에 따라 위치·적용 여부가 다름 | 비·습기·낙뢰에 특히 주의 |
여기서 반드시 기억할 게 있습니다. 차종·연식·트림·판매 국가에 따라 다릅니다. 실내 V2L 콘센트가 없는 차량도 있고 위치도 다릅니다.
실내 V2L — 유틸리티 모드부터 켜고 잡니다
실내 콘센트를 보면 그냥 집 콘센트처럼 생겼습니다. 그래서 꽂으면 계속 전기가 나올 것 같죠. 그렇지 않습니다. 차량이 필요한 전원 상태에 있어야 합니다.
차에서 잠깐 전자제품을 쓰는 것과 밤새 전원을 유지하는 것은 다릅니다. 밤에는 몇 분 전기를 쓰는 게 아니거든요. 조명도 쓰고. 휴대폰도 충전하고. 계절에 따라 차량 공조도 사용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차량을 장시간 유지하려면 유틸리티 모드를 사용합니다. 장시간 정차할 때 고전압 배터리를 이용해 차량의 전기 장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입니다. 캠핑 때문에 만들어진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차박과 잘 맞습니다.
“전기차 차박에서는 배터리를 하나 더 싣는 것보다 차 사용법을 먼저 배우는 게 중요합니다.”
차는 이미 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전기를 어떻게 꺼내 쓰는지만 알면 됩니다.
실외 V2L은 완전히 다른 방식입니다
밖에서 전기를 쓰고 싶다면 충전구에 전용 V2L 커넥터를 연결합니다. 그다음 멀티탭이나 전기제품을 연결해 사용합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차 안에 전선을 끌고 들어갈 필요가 없습니다. 타프 아래에서 전기를 쓰거나 차량 밖에 있는 장비를 사용할 때 편합니다.
콘센트가 두 개라고 7.2kW가 되는 건 아닙니다
이것도 자주 헷갈립니다. 실내에도 콘센트가 있고 실외 V2L도 있으니, 각각 3.6kW씩 쓸 수 있을 것 같죠.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실내와 실외를 동시에 사용하더라도 차량이 공급할 수 있는 전체 한도 안에서 나눠 쓰는 겁니다. 구멍이 두 개라고 발전소가 두 개 생기는 게 아닙니다.
전기제품을 여러 개 연결했다면 각각의 소비전력을 따로 보지 말고 합계를 봐야 합니다. 차가 낼 수 있는 상한은 약 3.6kW입니다. 무엇을 몇 W 쓰는지 감이 안 잡히면 전력 계산기에 넣어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캠핑장에서는 3.6kW를 쓰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완전히 다른 숫자가 하나 나옵니다.
“1,100W.”
- 3.6kW는 전기차가 V2L로 공급할 수 있는 최대 전력입니다
- 1,100W는 야영장 기본시설에서 전기용품을 사용할 때 적용되는 전력 사용 기준입니다
전혀 다른 이야기예요. 전기차가 3.6kW를 낼 수 있다고 해서 캠핑장에서 3.6kW짜리 전열기를 마음대로 사용해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차의 능력과 캠핑장의 안전기준은 별개입니다.
그리고 실제 캠핑장은 자체 시설 여건에 따라 더 낮은 사용 기준을 둘 수도 있으니 현장 안내를 먼저 보는 게 맞습니다. 자세한 건 오토캠핑장 전기 (위키)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차가 얼마를 낼 수 있느냐와, 그 장소에서 얼마를 써도 되느냐는 다른 문제입니다.
하룻밤 쓰면 배터리가 얼마나 줄까
여기서 전기차 차박의 장점이 나옵니다. 구동용 배터리 자체가 워낙 큽니다. 조명이나 충전, 일반적인 캠핑 가전 정도를 사용하는 밤이라면 하룻밤 소비가 차 배터리의 한 자릿수 퍼센트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캠핑용 배터리에서는 잔량을 계속 계산했는데 전기차에서는 느낌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처음 V2L을 써본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거 그냥 계속 써도 되겠는데?”
여기서 하나를 더 알아야 합니다. 전기를 쓰는 것보다 내일 집에 가는 게 먼저입니다.
아침에 남길 배터리를 내가 정할 수 있습니다
V2L에는 방전 제한량을 설정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20~80% 구간에서 사용자가 정합니다. 내가 정한 한도까지 배터리가 내려가면 V2L 전원 공급을 자동으로 멈춥니다.
이 기능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캠핑이 재미있다고 전기를 끝까지 쓰고 다음 날 충전소까지 갈 전기가 없어지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도착해서 가장 먼저 이것부터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 내일 어디까지 가야 하는가
- 충전소까지 얼마나 가야 하는가
- 그다음 남겨둘 배터리를 정한다
- 그리고 남은 범위 안에서 캠핑 전기를 쓴다
“파워뱅크에서는 오늘 쓸 전기를 먼저 계산하지만, 전기차에서는 내일 달릴 전기를 먼저 남깁니다.”
순서가 반대입니다.
겨울에는 계산이 달라집니다
봄이나 가을에 V2L을 사용해 보면 배터리가 생각보다 적게 줄어서 놀랄 수 있습니다. 그 경험을 그대로 겨울에 가져가면 안 됩니다.
겨울에는 가전제품만 전기를 쓰는 게 아닙니다. 차량 난방을 사용합니다. 추운 환경에서는 배터리 자체의 성능 조건도 달라지고, 차량에 따라 배터리 온도를 관리하는 기능도 작동할 수 있습니다. 히트펌프가 적용된 차량도 결국 난방에는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내가 콘센트에 꽂은 것만 전기를 먹는 게 아니다.
차 자체가 쾌적한 실내와 배터리 상태를 유지하는 데 쓰는 전력도 있습니다. 여름과 겨울의 하룻밤 배터리 감소량이 같을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V2L의 진짜 장점은 에어컨과 히터보다 ‘차 자체’입니다
전기차 차박에서 제가 더 편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별도 가전을 많이 가져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전기차 자체에 이미 공조장치가 있습니다. 차 안에서 잘 거라면 자동차의 냉난방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별도의 에어컨을 설치하고 배관을 빼고 배터리를 따로 구성하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기차를 가지고 있는데 차박 때문에 다시 무시동에어컨과 대용량 인산철 배터리를 설치한다면, 저는 먼저 이렇게 물어보겠습니다.
“정말 그게 필요합니까?”
차량 공조와 V2L로 해결된다면 그냥 그걸 쓰는 게 낫습니다. 제품을 하나 덜 사는 게 더 좋은 세팅일 때도 있습니다.
야외 전기는 물과 같이 생각합니다
V2L의 출력이 충분하다 보니 외부에서 릴선을 연결해 여러 장비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서 기본적인 전기 안전을 지켜야 합니다.
- 릴선과 연장 케이블은 전부 풀어서 사용합니다. 감긴 상태에서 전류가 흐르면 열이 빠져나가기 어렵습니다. 전력을 많이 쓰는 장비일수록 신경 써야 합니다
- 멀티탭을 여러 개 이어 붙이는 것도 피하는 게 좋습니다
- 케이블과 플러그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고, 손상된 전선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V2L이라고 특별한 전기가 나오는 게 아닙니다. 결국 우리가 집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220V 전기를 야외로 가져온 겁니다.
그래서 보조 배터리는 필요 없습니까
제가 인산철 배터리를 만드는 사람이니 가장 재미있는 질문입니다.
전기차에 V2L이 있고, 차 옆에서 차박을 한다면 없어도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큰 구동용 배터리가 있고, 220V가 나오고, 방전 한도도 설정할 수 있고, 차량 냉난방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굳이 또 대용량 배터리를 싣고 다닐 이유가 없는 사람도 많아요.
저라면 전기차를 샀다면 먼저 V2L만으로 몇 번 다녀보겠습니다. 그리고 불편한 게 생기면 그때 생각합니다.
그래도 별도 배터리가 편한 경우는 있습니다
V2L이 모든 상황의 정답은 아닙니다.
- 차와 떨어진 곳에서 전기를 써야 하는 경우
- 차량의 V2L 사양이 내가 원하는 방식과 맞지 않는 경우
- 실외 V2L 커넥터를 계속 설치하고 철거하는 것이 번거로운 경우
- 차량 배터리와 캠핑 전원을 아예 분리해서 관리하고 싶은 경우
이럴 때는 가방형 배터리가 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순서는 그대로입니다.
“전기차를 샀다면 보조 배터리부터 사지 마세요.”
먼저 V2L로 가보세요. 부족한 이유가 생겼을 때, 그 이유를 해결하는 배터리를 고르면 됩니다.
전기차 첫 차박이라면 이것만 확인합니다
- 내 차에 V2L이 적용돼 있는가
- 실내 V2L 콘센트가 있는 트림인가
- 실내 콘센트 위치를 직접 확인했는가
- 실외에서 쓸 거라면 V2L 전용 커넥터가 있는가
- 유틸리티 모드 사용법을 알고 있는가
- 방전 제한량을 설정했는가
- 내일 주행할 배터리를 먼저 남겼는가
- 사용할 전기제품의 총 소비전력이 V2L 한도 안인가
- 캠핑장이라면 해당 장소의 전기 사용 기준을 확인했는가
- 릴선과 연장선을 전부 풀었는가
- 실내 콘센트에 사용하지 않는 기기가 꽂혀 있지 않은가
- 비·습기·낙뢰 위험은 없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합니다. 내 차 취급설명서. 같은 브랜드 전기차라도 연식과 트림에 따라 방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리 — 장비를 하나 덜 사는 차박
차박을 시작하면 자꾸 무언가를 추가하려고 합니다. 배터리. 인버터. 충전기. 히터. 에어컨. 그런데 전기차에는 그중 상당 부분이 이미 들어 있습니다. 큰 배터리가 있고, 220V 전기를 꺼낼 수 있고, 냉난방도 됩니다.
저는 배터리를 파는 사람이지만 V2L이 충분하다면 별도 배터리를 권할 이유가 없습니다. 먼저 차에 있는 전기를 써보세요. 하룻밤을 보내보고, 아침에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보고, 겨울에도 한번 써보고. 그다음 부족한 게 무엇인지 확인합니다.
한 자리에 오래 머물거나 여러 밤을 다니면서 전기가 모자라기 시작했다면, 그때는 용량이 아니라 채우는 길의 문제입니다. 전기를 채우는 세 가지 길로 이어집니다. 인산철 배터리 자체가 궁금해지셨다면 인산철 배터리, 차박에 진짜 맞을까?부터 보시면 됩니다.
수레 아래 이미 큰 전기 곳간을 두었거든 작은 곳간부터 다시 살 까닭이 없느니라. 다만 밤에 쓸 양보다 아침에 길을 떠날 몫을 먼저 남겨 두는 것이 지혜이니라.
차종별 V2L 적용 여부·콘센트 위치·조작 방법은 자동차 제조사 취급설명서가 정답입니다. 배터리와 전원 구성에 대한 문의는 퀀텀캣·MD홍 고객센터(1668-1960) 또는 카카오톡 채널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