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로 차박 — V2L 만으로 되나
전기차는 이미 거대한 배터리를 싣고 다닌다. 문제는 그 전기를 어디까지 꺼내 써도 되는가, 그리고 아침에 돌아갈 몫이 남는가다.
V2L 이 뭔가
V2L(Vehicle to Load)은 차의 구동용 고전압 배터리에서 전기를 꺼내 가정용 220V 콘센트처럼 쓰게 해 주는 기능이다. 별도로 인버터를 달지 않아도 차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차박하는 입장에서 보면 바퀴 달린 대용량 파워뱅크가 이미 실려 있는 셈이다.
- 전기가 나오는 곳
- 구동용 배터리다. 12V 보조배터리가 아니다. 그래서 단위가 다르다 — 요즘 전기차는 대개 60~90kWh 대이고, 이는 캠핑용 파워뱅크 상급기의 수십 배에 해당한다. 12V 배터리로 밤을 나는 일반 차박의 계산과는 애초에 다른 판이다.
- 나오는 전기
- 220V 교류다. 별도 정현파 인버터 없이 가전을 그대로 꽂는다. 인버터가 차 안에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된다.
- 상한
- 220V·16A, 약 3.6kW. 이보다 큰 부하를 물리면 차가 스스로 차단한다. 캠핑에서 쓰는 물건 기준으로는 넉넉한 편이다.
- 실내·실외 합산
- 실내 콘센트와 실외 커넥터를 동시에 써도 합쳐서 그 상한 안이다. 구멍이 둘이라고 용량이 두 배가 되지 않는다.
실내 V2L 과 실외 V2L — 다른 물건이다
전기가 나오는 구멍이 두 군데다. 이름이 비슷해서 같은 것으로 읽기 쉬운데, 쓸 수 있는 조건이 다르다. 차박에서 갈리는 지점이 여기다.
| 실내 V2L | 실외 V2L | |
|---|---|---|
| 위치 | 실내 콘센트 (2열 시트 아래 등 차종별 상이) | 차 외부 충전구 |
| 필요한 것 | 없음 — 콘센트에 바로 꽂는다 | 전용 커넥터(어댑터) 를 충전구에 연결 |
| 쓸 수 있는 때 | 차가 켜져 있을 때 — 주행 중에도 된다 | 주차 중에도 된다 |
| 차박에서의 쓰임 | 밤새 쓰려면 유틸리티 모드가 필요하다 | 시동과 무관하게 타프·테이블 쪽으로 전기를 뺀다 |
| 알아 둘 것 | 충전 도어를 열면 공급이 끊길 수 있다 | 커넥터를 꽂으면 실내 콘센트에도 전원이 간다 |
뭘 돌릴 수 있나
3.6kW 라는 상한은 캠핑용 기기 기준으로 걸릴 일이 거의 없다. 실제로 따져야 하는 건 순간 출력이 아니라 밤새 쌓이는 양(kWh) 이다.
| 쓰는 것 | 대략의 소비전력 | 8시간이면 | 메모 |
|---|---|---|---|
| 전기장판 (1인용) | 50~100W | 0.4~0.8kWh | 온도 유지라 실제로는 계속 켜져 있지 않는다 |
| 전기요·온수매트 | 100~200W | 0.8~1.6kWh | 겨울 차박의 기본 — 전기장판 |
| LED 랜턴·조명 | 5~15W | 0.1kWh 미만 | 고민할 값이 아니다 — 랜턴 |
| 선풍기 | 20~50W | 0.2~0.4kWh | 여름에 밤새 돌려도 부담이 적다 — 팬 |
| 소형 냉장고 | 40~60W (평균) | 0.4~0.5kWh | 압축기가 켜졌다 꺼졌다 한다 — 차량용 냉장고 |
| 전기포트 | 1,000~1,800W | 5분에 0.1kWh 안팎 | 짧게 쓴다. 총량보다 동시 사용이 관건 |
| 휴대용 에어컨 | 300~600W | 2.4~4.8kWh | 여기부터 하룻밤 예산이 눈에 띄게 준다 — 미니 에어컨 |
유틸리티 모드와 방전 제한량 — 설정 두 개
전기차로 밤을 나려면 화면에서 만져야 하는 것이 두 개 있다. 카페에서 '유틸모드'·'캠프 모드' 로 불리는 유틸리티 모드, 그리고 방전 제한량이다.
- 유틸리티 모드
- 구동용 고전압 배터리로 차 안의 전기 장치를 켜 두는 모드다. 주행하지 않는 상태에서 공조·오디오·실내등·실내 콘센트를 쓸 수 있다. 인포테인먼트의 EV 메뉴나 스티어링 휠 사용자 설정에서 켜고, 시동 버튼을 눌러 끈다. 메뉴 경로는 인포테인먼트 세대마다 달라 내 차 화면에서 확인해야 한다.
- 왜 차박에서 필요한가
- 실내 V2L 은 차가 켜져 있어야 나오기 때문이다. 시동이 꺼지면 실내 콘센트 공급도 멈춘다. 밤새 실내에서 전기를 쓰려면 유틸리티 모드로 들어가 있어야 한다. 반대로 실외 V2L 은 주차 중에도 나오므로, 타프나 테이블 쪽으로 뺄 계획이라면 실외 커넥터가 편하다.
- 방전 제한량
- V2L 이 배터리를 어디까지 먹게 둘지 정하는 값이다. 취급설명서 기준 20% 이상 80% 이하에서 고르고, 배터리 잔량이 그 값에 닿으면 V2L 이 자동으로 차단된다. 집에 못 갈 만큼 빼 쓰는 사고를 막는 안전선이다.
- 얼마로 두나
- 돌아갈 거리 + 겨울 여유 + 충전 실패 한 번을 감당할 값이 기준이다. 근처에 충전소가 확실하고 여름이면 낮게, 산속이거나 겨울이면 높게 둔다. 자기 전에 한 번 확인하는 습관이 여기서는 꽤 값어치를 한다.
한계 — 출력이 아니라 지속
V2L 이 못 하는 것은 힘이 아니다. 캠핑용 기기 대부분을 여유롭게 돌린다. 한계는 얼마나 오래와 어떤 계절에서 온다.
- ① 여러 밤이 쌓일 때
- 하룻밤은 한 자릿수 퍼센트지만 사흘·나흘이면 그만큼 주행 가능 거리가 깎인다. 게다가 차박지 근처에 쓸 만한 충전기가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여러 밤 일정이라면 여러 밤 전기 보급 의 계획법이 그대로 적용된다.
- ② 겨울
- 저온에서는 주행 가능 거리 자체가 준다. 한 조사(리커런트, 신형 34종)에서는 혹한기 평균이 정상 기온 대비 78% 수준이었고, 좋은 쪽이 88%, 나쁜 쪽이 69%로 나왔다. 여기에 밤새 쓴 V2L 이 더해진다. 겨울에는 방전 제한량을 여름보다 높게 잡는다.
- ③ 돌아가는 길의 충전
- 전기차 차박에서 실제로 곤란해지는 순간은 대개 여기다. 충전기가 고장이거나 대기가 길면 계획이 통째로 밀린다. 차박지에서 가장 가까운 충전소 한 곳이 아니라 두 곳을 확인해 두는 편이 낫다.
파워뱅크와의 관계 — 대체가 아니라 보완
"V2L 이 있는데 캠핑용 배터리가 필요한가" 는 반복해서 올라오는 질문이다. 답은 대체가 아니라 역할이 다르다 쪽이다.
| V2L | 캠핑용 파워뱅크 | |
|---|---|---|
| 용량 | 압도적으로 크다 (60~90kWh 대) | 작다 (대개 1kWh 안팎) |
| 떼어 낼 수 있나 | 안 된다 — 차 옆이어야 한다 | 들고 간다 |
| 다 쓰면 | 차가 못 간다 | 차는 멀쩡하다 |
| 채우는 방법 | 충전소를 찾아가야 한다 | 주행 중 차량용 충전기·태양광 |
| 잘 맞는 쓰임 | 전기장판·냉장고처럼 차 옆에서 밤새 | 테이블 조명·기기 충전처럼 떨어진 자리에서 |
실전에서 흔한 조합은 밤새 도는 큰 부하는 V2L, 손이 자주 가는 작은 부하는 [파워뱅크](/wiki/gear/powerbank) 다. 이렇게 나누면 차 배터리에 손대는 양이 줄고, 무엇보다 돌아갈 전기와 놀 전기가 분리된다. 이 분리가 전기차 차박에서 가장 실용적인 안전장치다.
캠핑장 1,100W 와 V2L 3.6kW 는 다른 이야기다
여기서 자주 어긋나는 대목이 하나 있다. "V2L 이 3.6kW 니까 캠핑장에서 3.6kW 를 써도 된다" 는 성립하지 않는다. 두 숫자는 애초에 다른 것을 재는 값이다.
| 숫자 | 무엇을 정하는가 | 누가 정했나 |
|---|---|---|
| V2L 약 3.6kW | 내 차가 낼 수 있는 상한 | 제조사 사양 |
| 1,100W | 밀폐된 야영용 천막 안에서 쓰는 전기용품 총합의 상한 | 「관광진흥법」 시행규칙 별표 7 (사업자 안내 의무) |
| 사이트 배전함 용량 | 그 캠핑장이 실제로 공급하는 양 | 캠핑장 설비와 자체 규정 |
차 안에서 쓰는 경우는 또 다른 이야기다. 텐트 규정의 대상은 아니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열을 내는 물건이라는 위험은 그대로 남는다. 특히 연료를 태우는 난방기는 전기 기기와 위험 등급이 다르다 — 자면서 히터를 켜도 되나 를 함께 읽는다.
자주 묻는 것
차에 실린 전기는 넉넉하나, 그 전기는 본디 집으로 돌아가는 힘이니라. 밤을 덥히되 아침의 몫은 남겨 두어야 하느니.
틀린 내용이나 빠진 내용을 알려주시면 물별이 살펴보고 문서에 반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