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거진·CH.10입문
First Night

첫 차박
아무것도 사지 마세요

차박을 해보겠다고 마음먹으면 이상하게 검색보다 쇼핑을 먼저 하게 됩니다. 집에 있는 이불을 싣고 가까운 곳에서 한 번 자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MD홍 (사장님 본인)·2026-08 발행·약 9분 읽기

저는 배터리와 히터, 에어컨을 만들어 파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첫 차박을 준비하신다는 분께는 오히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무것도 사지 마세요. 먼저 한 번 자보세요.
MD홍

차박을 해보겠다고 마음먹으면 이상하게 검색보다 쇼핑을 먼저 하게 됩니다. 매트를 봅니다. 배터리를 봅니다. 테이블도 하나 있어야 할 것 같고, 의자도 필요해 보입니다. 유튜브를 몇 개 보다 보면 어느새 차 뒤에 텐트도 붙어 있고 냉장고와 선반까지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두 번 가보고 안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장비가 나빠서가 아닙니다. 차박 자체가 나하고 안 맞았던 겁니다.

No. 01

차박을 좋아하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차박은 사진으로 볼 때와 실제로 잘 때가 다릅니다.

  • 차 안은 생각보다 좁습니다
  • 화장실 가려고 새벽에 신발을 찾기도 합니다
  • 옆 차 문 닫는 소리가 들립니다
  • 아침에는 유리에 물이 맺힐 수도 있습니다
  • 자다가 허리가 아플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불편함까지 포함해서 재미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침에 문을 열었을 때 보이는 풍경 때문에 또 가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반대로 호텔에서 자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둘 다 정상입니다.

차박을 좋아하는지 확인하기 전에 차박 장비부터 좋아하면 안 됩니다.
No. 02

첫날은 집에 있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첫날부터 멀리 갈 이유도 없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하룻밤 자보면 됩니다. 관리되는 곳이면 더 편합니다. 집에서 쓰던 이불과 베개를 가져가고, 밤에 필요한 물과 휴지 정도 챙깁니다. 먹는 것도 거창하게 준비하지 않아도 됩니다.

첫날의 목표는 멋진 캠핑을 만드는 게 아닙니다. 차에서 실제로 한 번 자보는 것. 그게 전부입니다.

다음 날 아침에 무엇이 불편했는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 등이 아팠는지
  • 추웠는지
  • 더웠는지
  • 폰 충전이 부족했는지
  • 짐 둘 곳이 없었는지

그 불편함이 다음 장비를 알려줍니다. 처음 하룻밤을 어디서 보낼지 고르실 거면 캠핑장 안내에서 가까운 곳부터 보시면 됩니다.

No. 03

사는 순서는 정해져 있습니다

제가 권하는 순서는 단순합니다.

① 잠자리 → ② 전기 → ③ 계절 장비 → ④ 안전
순서무엇언제 사나
① 잠자리매트·침구첫 1박 전. 사실 이것만 있어도 하룻밤은 됩니다
② 전기가방형 보조 배터리첫날 자보고 전기가 부족하다고 느꼈을 때
③ 계절 장비난방·냉방겨울에도, 한여름에도 나가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④ 안전일산화탄소 경보기 등③과 같은 날. 뒤로 미루는 항목이 아닙니다

첫 1박은 ①만 있어도 가능합니다. 전기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으면 그때 ②로 갑니다. 겨울에도 다니고 싶거나 한여름에도 자겠다면 그때 ③을 생각합니다.

이 순서에 딱 하나 있는 예외
연소식 계절 장비를 사는 날에는 안전장비도 같은 날 준비합니다. ③을 사고 ④는 나중에 사겠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안전은 업그레이드 품목이 아닙니다.
No. 04

1순위는 배터리가 아니라 잠자리입니다

첫날 자보고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허리입니다. 차량 시트를 접었다고 침대가 되는 건 아닙니다. 조금만 단차가 있어도 처음에는 괜찮다가 몇 시간 지나면 등에 느껴집니다. 새벽에 깹니다. 그때부터 차박이고 풍경이고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첫 장비를 하나만 산다면 저는 잠자리부터 보겠습니다.

  • 혼자라면 60mm 두께, 75×200cm 정도의 자충 매트를 기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 둘이라면 75mm 자충 매트 두 장처럼 각자 잠자리를 나누는 방법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숫자보다 실제 차입니다. 시트를 차박 형태로 만들고 직접 깔아보세요. 바닥의 단차가 어디에 오는지, 머리와 발이 어디에 놓이는지, 문을 닫았을 때 불편하지 않은지 봅니다.

인터넷 사진보다 내 등이 더 정확합니다.

잠자리 이야기만 따로 길게 푼 챕터가 있습니다. 매트 종류와 단차 재는 법은 CH.17 평탄화의 함정 — 매트 고르기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No. 05

2순위는 그다음에 전기입니다

첫날 해보면 전기가 얼마나 필요한지도 보입니다. 휴대폰 충전하고 조명을 사용하는 정도라면 생각보다 단순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전기장판이나 여러 가전을 사용하고 싶다면 별도의 전원이 필요해집니다. 그때 가방형 보조 배터리를 생각하면 됩니다.

  • 100Ah급 가방형은 집에서 충전해 차에 실어가는 방식이고, 1박 2일을 권장 범위로 보는 구성입니다
  • 설치형 배터리처럼 차를 뜯을 필요가 없습니다
  • 대개 1500W급 인버터가 내장된 구성이라면 그 범위 안의 가전을 사용할 때 외부 인버터를 또 달 필요도 없습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간단합니다. 차박을 그만두더라도 차에 매립된 장비가 남지 않습니다. 다른 곳에서도 쓸 수 있고 필요 없으면 차에서 내리면 됩니다. 입문 단계에서는 이런 되돌릴 수 있는 선택이 좋습니다.

No. 06

3순위부터 계절 장비입니다

봄이나 가을에 한두 번 자보고 재미있었습니다. 이제 겨울에도 나가보고 싶습니다. 그러면 난방을 생각합니다. 한여름에도 차 안에서 자고 싶다면 냉방을 생각합니다.

여기서부터 장비가 커집니다. 무시동히터. 무시동에어컨. 배터리. 배선. 충전. 처음부터 여기까지 갈 필요가 없습니다. 겨울에 실제로 계속 나갈 사람인지, 한여름 열대야에도 차박을 할 사람인지, 몇 번 다녀본 다음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계절 장비는 계산이 먼저입니다
냉난방 장비는 사기 전에 계산부터 해야 합니다. 장비를 먼저 사고 전기를 맞추기 시작하면 일이 커집니다. 쓸 것을 고르고 시간만 넣으면 되는 전기·소모량 계산기로 배터리 몇 Ah, 등유 몇 L인지 먼저 확인해 보세요. 난방 쪽 숫자는 CH.02 겨울 차박 난방 완전 가이드, 여름 쪽은 CH.03 여름 캠핑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No. 07

4순위인데, 안전만은 예외입니다

순서에는 ④라고 적었지만 안전은 사실 마지막이 아닙니다. 계절 장비를 들이는 순간 같이 들어오는 항목입니다. 특히 연소식 난방장비를 사용한다면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같은 날 준비합니다.

“일단 히터부터 설치하고 경보기는 다음에 사지.”

그러지 않는 게 좋습니다. 나중에 해야 할 안전장비는 계속 나중이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규칙을 하나 정해버리는 겁니다.

연소 장비가 들어오는 날, CO 경보기도 같이 들어옵니다.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순서의 문제입니다. 왜 냄새로는 알 수 없는지, 경보기를 어디에 두는지는 CH.05 무시동히터 안전에 자세히 적어 두었습니다.

No. 08

아직 안 사도 되는 네 가지

① 매립형 배터리

차박을 시작하면 매립형 배터리가 깔끔해 보입니다. 차 안에서 안 보이고 매번 싣고 내릴 필요도 없습니다. 좋은 방식입니다. 그런데 첫 차박부터 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앞으로 2박 이상을 얼마나 자주 할지도 아직 모르잖아요. 어떤 전기장비를 사용할지도 모릅니다. 봄가을만 다닐 수도 있고, 겨울까지 갈 수도 있고, 여름에는 아예 텐트로 갈 수도 있습니다.

먼저 가방형으로 두세 번 다녀보세요. 그 뒤에도 매번 배터리를 싣는 게 불편하고 차박을 계속할 것 같다면 그때 매립을 생각하면 됩니다. 차에 구멍을 내거나 배선을 고정하는 선택은 취미가 계속된다는 걸 확인한 다음 해도 늦지 않습니다.

② 3000W급 인버터

큰 숫자는 좋아 보입니다. 1500W보다 3000W가 두 배니까 무조건 좋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전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12V에서 3000W를 사용하면 250A입니다. 여기까지 가면 인버터 하나의 문제가 아니에요. 배터리와 배선, 단자, 보호장치까지 같이 커져야 합니다.

첫 차박에서 내가 실제로 무슨 가전을 사용하는지도 모르는데 3000W부터 준비할 이유는 없습니다. 먼저 내가 쓰는 장비의 소비전력을 봅니다. 필요한 만큼만 구성합니다.

안 쓰는 3000W는 좋은 장비가 아니라 무거운 여유분입니다.

③ 태양광 단독 구성

태양광을 보면 굉장히 자유로워 보입니다. 햇빛만 있으면 계속 충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태양광으로 모든 충전을 해결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라면 그렇게 시작하지 않습니다.

먼저 주행충전이나 220V 충전처럼 확실한 충전수단을 확보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다녀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태양광으로 보완하는 쪽이 낫습니다. 태양광은 두 번째 충전수단으로 생각하세요. 첫 번째 충전수단이 날씨에 따라 달라지면 초보에게는 오히려 계산할 게 많아집니다.

④ 큰 에어 매트와 라텍스 매트

차박 사진을 보면 두꺼운 매트가 편해 보입니다. 실제로 편한 제품도 있습니다. 하지만 첫 장비로는 저는 단순한 쪽을 권합니다.

에어 방식은 펌프를 사용해야 하고, 사용하면서 파손이나 압력 변화도 생각해야 합니다. 두꺼운 라텍스는 편하지만 보관할 때 부피와 무게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차박은 잘 때만 하는 취미가 아닙니다. 그 매트를 집에서 차까지 들고 가고, 싣고, 펴고, 다시 접어서 보관하는 과정까지 차박입니다. 처음에는 관리하기 쉬운 자충 매트로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몇 번 자보고 잠자리가 정말 불편하면 그때 다른 방식을 찾아보세요.

No. 09

장비 하나를 살 때, 질문 하나만 합니다

“이거 좋나요?” 보다 좋은 질문이 있습니다.

지난번 차박에서 이것 때문에 불편했나?
MD홍
지난번에 불편했던 것이번에 볼 것
등이 아팠다매트 — 두께와 단차부터
폰 충전이 부족했다전기 — 가방형 보조 배터리
겨울에 너무 추워서 더 못 자겠다난방 — 그리고 같은 날 CO 경보기
짐이 계속 굴러다녔다수납 — 장비보다 자리 배치가 먼저일 때가 많습니다
아무 불편도 없었는데 인터넷에서 예뻐 보였다한번 더 생각합니다

캠핑 장비는 이상하게 하나를 사면 다른 하나가 필요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장비를 하나씩 추가하는 게 중요합니다.

No. 10

첫 1박은 이것만 확인합니다

첫날부터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출발 전에 집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확인합니다.

  • 자충 매트를 24시간 이상 미리 펼쳐뒀는가
  • 실제 차량에 매트를 한번 깔아봤는가
  • 보조 배터리를 가져간다면 완충했는가
  • 인산철 배터리의 13.0~13.4V 구간에 용량 90%가 몰려 있다는 특성을 알고 잔량을 판단하는가
  • 사용할 가전의 소비전력을 한 번 더해봤는가
  • 연소식 난방장비를 사용한다면 CO 경보기 배터리를 확인했는가
  • 밤에 바로 꺼낼 물·휴지·랜턴·신발 위치를 정했는가
  •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집으로 돌아가도 괜찮은 가까운 일정인가

짐을 실제로 하나씩 두드려 가며 챙기실 거면 짐싸기 체크리스트를 쓰시면 됩니다. 여기까지 했으면 나가보세요.

첫날은 잘 못 자도 됩니다. 그게 데이터입니다.
No. 11

실패해도 장비를 바로 사지 마세요

새벽에 한번 깼습니다. 허리가 아팠습니다. 춥기도 했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쇼핑몰을 열고 싶어집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왜 불편했는지부터 생각합니다.

  • 매트가 얇았는지
  • 차가 기울었는지
  • 침구가 부족했는지
  • 창문을 너무 열었는지
  • 장소가 시끄러웠는지

장비로 해결할 문제가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불편함을 돈으로 없애려고 하면 차 안이 금방 장비로 가득 찹니다.

불편했던 것 하나만 고치고 다시 갑니다

첫 번째 차박에서 세 가지가 불편했다고 해도 한꺼번에 세 가지를 바꾸지 않아도 됩니다. 가장 불편했던 것 하나를 고칩니다. 다시 갑니다. 이번에는 괜찮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불편함이 하나 보입니다. 그걸 또 고칩니다.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하면 어느 순간 내 차와 내 생활 방식에 맞는 세팅이 만들어집니다. 남의 차박 사진을 그대로 복사해서 만든 세팅과는 다릅니다. 내가 실제로 필요해서 하나씩 들어온 장비들입니다. 저는 그게 좋은 차박 세팅이라고 생각합니다.

Note.

정리

저희는 배터리도 만들고 히터도 만들고 에어컨도 만듭니다. 그래도 처음부터 그걸 다 살 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집에 있는 이불 들고 한번 자보세요.

아침에 일어나서 이런 생각이 들면 그때 시작하면 됩니다.

조금 불편했는데, 이상하게 또 가고 싶네.

그때 필요한 것 하나만 사면 됩니다. 잠자리부터 제대로 보고 싶으시면 CH.17 평탄화의 함정으로, 전기 쪽 계산이 궁금하시면 CH.01 인산철 배터리로 이어서 보시면 됩니다.

양자냥
양자냥 한 마디

길을 떠나기도 전에 짐부터 산처럼 쌓지 말라. 하룻밤 자고 불편한 것 하나를 알게 되었거든, 그때 하나를 더하는 것이 오래 다니는 법이니라.

무엇부터 볼지 정하기 어려우시면 퀀텀캣·MD홍 고객센터(1668-1960) 또는 카카오톡 채널로 물어보셔도 됩니다. 안 사도 되는 것부터 말씀드립니다.

댓글

읽으면서 떠오른 것, 직접 해 보신 것. 정치·욕설은 자동으로 가려집니다.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