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차박 — 섬이라 달라지는 것
제주 차박은 육지 차박에 배 한 번을 얹은 것이 아니다. 잠자리는 그대로인데 그 앞뒤가 통째로 바뀐다. 차를 어떻게 데려가고, 바람을 어떻게 견디고, 남은 것을 어디에 버리고 나오느냐가 전부다.
제주에서만 다시 계산하는 것
제주 차박 글이 대개 길어지는 이유는 일반 차박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하기 때문이다. 이 문서는 그걸 안 한다. 잠자리 만들기·결로·겨울 추위·전원 설계는 섬이라고 달라지지 않으므로 각 문서에 그대로 맡기고, 여기서는 바다를 건넜기 때문에 생기는 항목만 다룬다.
| 항목 | 육지에서는 | 제주에서는 | 어디서 다루나 |
|---|---|---|---|
| 자리까지 가는 법 | 운전해서 간다 | 차를 배에 싣거나, 차를 빌린다. 여기서 여행의 성격이 갈린다 | 이 문서 ① |
| 바람 | 자리마다 다르다 | 섬 전체의 상수에 가깝다. 장비 선택이 아니라 운용 규칙이 된다 | 이 문서 ② |
| 노지 판별 | 땅의 성격 → 표지·조례 순서 | 순서는 같고, 제주만의 고시가 하나 더 얹힌다 | 이 문서 ③ · 여기서 차박해도 되나 |
| 쓰레기 | 봉투에 담아 되가져온다 | 되가져올 집이 바다 건너다. 게다가 버리는 방식이 요일제다 | 이 문서 ④ · 노지 매너 |
| 겨울 | 위도로 갈린다 | 고도로 갈린다 — 해안은 비와 바람, 중산간은 눈과 결빙 | 이 문서 ⑤ |
| 잠자리·전기·결로·화장실 | — | 똑같다. 섬이라고 달라지는 게 없다 | 처음 차박 등 기존 문서 |
① 차를 가져갈까, 빌릴까
제주 차박의 첫 결정은 자리가 아니라 차다. 그리고 이 결정은 취향이 아니라 짐으로 갈린다. 내 차에 이미 살림이 얹혀 있으면 그 살림을 옮기는 문제이고, 아직 없으면 살림을 현지에서 빌려 채우는 문제다. 둘은 준비 과정 자체가 다른 여행이 된다.
- 차를 싣는다 — 살림을 통째로 옮기는 방식
- 평탄화 세팅, 가림막, 파워뱅크, 손에 익은 매트가 그대로 따라간다. 현지에서 다시 세팅할 일이 없다는 것이 이 방식의 전부다. 대신 배 시간표가 일정의 뼈대가 되고, 날씨가 나쁘면 그 뼈대가 흔들린다.
- 빌린다 — 자리를 사고 살림은 현지에서 채우는 방식
- 차는 렌터카, 매트·침낭·의자·조명은 장비 대여로 채운다. 짐이 가볍고 일정이 자유롭다. 대신 그 차에서 자도 되는지를 계약 단계에서 확인해야 하고, 평탄화가 안 되는 차종이면 그 밤은 그냥 불편한 밤이 된다.
- 섞는 방식도 있다
- 차는 빌리고 잠자리 장비만 내 것을 부친다. 매트와 침낭은 부피가 커도 무게가 가벼워 실제로 이렇게 다니는 사람이 많다. 몸에 닿는 것만 내 것이면 밤의 체감은 크게 오르기 때문이다.
| 판단 축 | 차를 싣는 쪽이 유리 | 빌리는 쪽이 유리 |
|---|---|---|
| 차박 세팅 | 이미 갖춰져 있다 (평탄화·가림막·전원) | 아직 없다. 이번이 처음이다 |
| 체류 기간 | 길다. 며칠 이상 머문다 | 짧다. 이동 위주 일정이다 |
| 짐 부피 | 히터·냉장고처럼 옮기기 어려운 것이 있다 | 가방 몇 개로 끝난다 |
| 일정의 성격 | 숙박이 여행의 중심이다 | 관광이 중심이고 잠은 그 사이에 낀다 |
| 실패했을 때 | 돌아가는 배까지 그 차로 지낸다 | 차종이든 장비든 중간에 바꾸기 쉽다 |
| 동승자 | 차 안 구조에 이미 익숙하다 | 차박이 처음인 사람이 끼어 있다 |
- 사람 예약과 차량 선적 예약은 별개 항목이다. 사람만 잡아 두고 차를 못 싣는 상황이 실제로 생긴다
- 차량은 차종·크기 구분으로 예약 항목이 갈린다. 루프박스·자전거 캐리어처럼 제원이 달라지는 장비가 붙어 있으면 예약할 때 그대로 알린다
- 항로는 신설·휴항·폐지가 잦다. 작년 정보로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그해 운항 여부는 예매 창구에서 직접 확인한다
- 승선하는 사람 전원의 신분증을 챙긴다. 법으로 확인 절차가 정해져 있어 빠지면 그 자리에서 막힌다 (아래 근거)
- 선사가 차량 확인 서류(차량등록증 등)를 요구하는지 미리 묻는다. 요구하는 곳이 있다
- 차량 반입 마감 시각을 따로 확인한다. 차는 사람보다 일찍 들어가고, 마감이 사람 승선 마감보다 앞선다
- 배에서 쓸 것은 차에서 미리 내린다 — 약·멀미약·충전기·겉옷·귀중품. 항해 중에는 차로 돌아가기 어려운 것이 보통이다
- 가스·연료 반입 기준을 확인한다. 위험물·인화성 물질은 제한 대상이고, 부탄가스 같은 것도 여기에 걸릴 수 있다
- 렌터카에서 자도 되는가 — 약관이 아니라 계약이 답한다
-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자동차대여 표준약관은 고객의 금지행위로 「렌터카를 개조하는 등 그 원상을 변경하는 행위」, 「자동차운송사업 또는 이와 유사한 목적의 사용」 등을 두고, 차를 빌린 순간부터 반납할 때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지운다. 차박을 콕 집어 금지하는 조항은 없다. 다만 업체가 특약으로 따로 정할 수 있으므로, 확인은 표준약관이 아니라 그 계약서에서 한다.
- 물어볼 것은 두 줄이면 된다
- "이 차에서 자도 되나요" 와 "뒷좌석을 접고 매트를 깔아도 되나요." 여기에 한 줄 더 붙이면 확실하다 — "차에 뭘 붙여도 되나요." 가림막 흡착판, 창틀 고정, 루프 장비처럼 원상을 바꾸는 것으로 읽힐 여지가 있는 것은 미리 허락을 받거나 아예 안 한다.
- 장비는 빌려서 채운다
- 매트·침낭·의자·조명·테이블을 통으로 빌리는 방식이 자리 잡았다. 이 문서에 업체 이름은 없다. 고르는 기준만 적어 둔다 — 픽업과 반납 지점이 내 동선 위에 있는가, 세척 상태를 사진으로 보여 주는가, 파손·분실 기준이 계약서에 적혀 있는가. 셋 다 걸리는 곳이면 이름을 몰라도 된다.
- 돌아갈 때 남는 것
- 빌린 살림은 두고 가면 끝이고, 내 살림은 다시 배를 탄다. 철수 동선을 반납 시각 기준으로 짜야 마지막 날이 안 꼬인다. 젖은 장비를 그대로 싣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 젖은 텐트·장비 말리기 를 미리 본다.
② 바람 — 여기서는 급이 다르다
"제주는 바람이 세다" 는 말은 여행 감상처럼 쓰이지만, 차박에서는 운용 조건이다. 텐트와 타프를 어떻게 다룰지, 차를 어느 방향으로 세울지, 심지어 돌아가는 날 배를 탈 수 있을지까지 여기서 갈린다.
이 숫자에서 읽을 것은 둘이다. 첫째, 같은 섬 안에서도 서쪽이 다르다. "제주는 바람이 세다" 가 아니라 "제주 서쪽은 급이 다르다" 가 정확하다. 둘째, 바람의 계절은 사람이 적은 계절과 겹친다. 가을·겨울·봄에 자리가 비는 이유의 절반이 바람이고, 그 계절에 노지를 가겠다면 장비보다 판단이 먼저다.
| 육지에서 하던 것 | 제주에서 바뀌는 것 |
|---|---|
| 타프를 치고 그 아래서 저녁 | 칠지 말지가 아니라 언제 접을지를 먼저 정한다. 접는 기준을 안 정하면 밤에 정하게 된다 |
| 팩을 박아 고정 | 현무암과 자갈 바닥이 흔해 팩이 들어가지 않는 자리가 많다. 무게추와 로프 각도로 푸는 자리가 생긴다 |
| 차 문을 활짝 열고 짐 정리 | 문이 바람에 꺾인다. 바람을 등지도록 차를 세우고 어느 쪽 문을 쓸지 먼저 정한다 |
| 밖에서 버너로 조리 | 불꽃이 눕는다. 바람막이 없이 켜지 않고, 화기 자체가 허용되는 자리인지는 별개 판단이다 |
| 창을 조금 열고 환기 | 바람 방향에 따라 소음과 냉기가 통째로 들어온다. 여는 쪽을 반대로 바꾸는 것만으로 밤이 달라진다 |
| 그늘막·팝업 쉘터 | 가장 먼저 날아가는 물건이다. 사람이 붙어 있는 동안만 쓰는 물건으로 취급한다 |
- 예보에서 볼 것은 평균 풍속이 아니라 순간 최대 풍속이다. 물건을 날리는 건 평균이 아니다
- 타프와 그늘막은 자기 전에 접는다. 밤에 바람 속에서 접는 일이 하루 중 제일 힘들다
- 밖에 두는 것을 줄인다. 의자·매트·쓰레기봉투·슬리퍼가 순서대로 없어진다
- 차를 세울 때 옆구리로 바람을 정면에서 받지 않게 각도를 잡는다. 차체가 흔들리는 체감이 확연히 준다
- 바다와 붙은 자리는 바람에 소금기와 모래가 실려 온다. 창을 다 열어 두고 자면 아침에 실내가 서걱거린다
- 강풍·풍랑 특보가 뜨면 배가 먼저 멈춘다. 돌아가는 날 배편이 걸려 있다면 일정 끝에 하루를 비워 둔다
- 타프 운용 자체가 처음이면 타프 와 비 오는 날 캠핑 을 먼저 본다. 여기서는 제주에서 달라지는 부분만 적었다
- 밤새 바람 소리가 난다. 귀마개 한 쌍이 용기보다 잘 듣는 밤이 있다
③ 자리 — 좁고, 좁은 만큼 빨리 닫힌다
자리를 판별하는 순서는 육지와 똑같다 — 땅의 성격 → 표지·조례 → 취사·화기 → 시동 → 매너. 다섯 단계는 여기서 차박해도 되나 에 그대로 있고, 어떤 법이 어떻게 걸리는지는 여기 차 대고 자면 과태료? 에 있다. 제주에서 더해지는 건 그 위에 얹히는 지역 고시 한 겹이다.
나머지는 전국 공통이라 여기서 되풀이하지 않는다. 해수욕장은 지정된 장소 밖 야영·취사가 금지되고, 공영주차장은 야영·취사·불 피우는 행위가 함께 금지되며, 하천과 자연공원도 각각의 법이 따로 걸린다. 금액과 조문은 여기서 차박해도 되나 의 표에 정리돼 있다. 제주에서 이 규정들이 다르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같은 규정이 더 자주 마주친다는 것이 차이다. 섬은 갈 수 있는 자리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 마을과 붙은 해안도로 갓길에 밤새 세우지 않는다. 관광객에게는 경치지만 그 길은 주민의 생활 도로다
- 밭과 과수원 경계, 어촌계 시설 앞, 방파제 작업 구역은 비어 있어도 비워 둔다. 비어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 돌담에 기대거나 위에 짐을 올리지 않는다. 손으로 쌓은 것은 손으로 무너진다
- 오름 진입로와 임도에 차를 들이지 않는다. 위의 고시가 정확히 이 행동을 겨눈다
- 조명을 바다 쪽이나 민가 쪽으로 쏘지 않고, 스피커를 밖으로 내지 않는다. 바람이 소리를 멀리 옮긴다
- 화장실이 없는 자리는 애초에 고르지 않는다. 이 한 줄이 노지가 닫히는 이유의 절반이다 — 차박 화장실·씻기
- 설거지물과 아이스박스 얼음물을 땅이나 배수로에 붓지 않는다
- 다녀온 자리의 좌표를 뿌리지 않는다. 공유의 대가는 대개 다음 해에 청구된다
- 기본값 — 등록된 야영장
- 판별의 난이도가 통째로 사라진다. 유형별 성격과 사이트 위치 고르는 법은 캠핑장 고르기, 예약 요령은 캠핑장 예약 전쟁 에 있다. 여행 일정이 유동적이라 예약이 부담이라면 첫 밤과 마지막 밤만 잡아 두는 방식도 성립한다.
- 예약할 때 한 줄만 더 묻는다
- "차에서 자도 되나요." 텐트를 치지 않고 차에서만 자는 것을 제한하는 곳이 있고, 반대로 차박 전용 구역을 따로 둔 곳도 있다. 이 한 줄을 안 물어서 도착해 되돌아 나오는 일이 실제로 생긴다.
- 이동 중 잠깐 눈 붙이기와 하룻밤은 다른 판단이다
- 졸음이 오면 세우고 자는 것이 맞다. 다만 그건 안전 행동이지 숙박 계획이 아니다. 하룻밤이 목적이라면 처음부터 그 용도의 자리로 간다.
④ 쓰레기 — 버리는 방법 자체가 다르다
여행자가 제주에서 가장 자주 당황하는 항목이 이것이다. 제주는 집 앞에 내놓는 방식이 아니라 거점까지 직접 가져다 버리는 방식이고, 게다가 품목별로 버릴 수 있는 요일이 정해져 있다. 이걸 모르고 가면 마지막 날 차 안에 봉투가 그대로 남는다.
| 요일 | 그날 배출할 수 있는 품목 |
|---|---|
| 월요일 | 플라스틱류 |
| 화요일 | 종이류 · 불연성 |
| 수요일 | 플라스틱류 |
| 목요일 | 종이류 · 비닐류 |
| 금요일 | 플라스틱류 |
| 토요일 | 종이류 · 불연성 |
| 일요일 | 플라스틱류 · 비닐류 |
- 종량제 봉투는 제주에서 산다. 봉투는 지역 규격이라 집에서 챙겨 온 다른 지역 봉투로는 배출이 안 된다. 도착한 날 마트에서 한 묶음 사 두면 그걸로 끝이다
- 요일에 안 걸리려면 재활용도움센터로 간다. 요일제가 적용되지 않아 여행 일정과 요일이 안 맞을 때의 답이 된다. 다만 센터마다 운영시간이 있다
- 오후 3시 전에 쌓아 두고 오지 않는다. 시간 전에 내놓은 것은 배출이 아니라 투기로 다뤄진다
- 클린하우스는 주민 생활 시설이다. 며칠 치 캠핑 쓰레기를 통째로 부리지 않는다. 그 한 번이 다음 해 현수막이 된다
- 병·캔·스티로폼은 상시 품목이라 밤에도 처리된다. 부피 큰 것부터 먼저 턴다 — 차 안이 넓어지는 체감이 가장 크다
- 음식물은 국물을 미리 빼고 담는다. 젖은 것을 며칠 싣고 다니는 상황이 제일 곤란하다
- 떠나는 날 아침이 아니라 전날 저녁에 처리한다. 아침에는 배출 시간과 요일이 다 어긋나 있다
- 배로 돌아간다면 되가져오는 선택지가 남지만, 비행기라면 없다. 일정 초반부터 계획해 둔다
⑤ 겨울 — 해안은 비, 중산간은 눈
제주 겨울에 대한 오해는 대개 "남쪽이니까 따뜻하겠지" 에서 시작한다. 절반만 맞다. 제주의 겨울은 위도가 아니라 고도로 갈린다. 해안에서 30분만 올라가면 완전히 다른 계절이 나오고, 그 30분이 여행 일정을 통째로 바꾼다.
| 구분 | 해안 | 중산간 · 산간 |
|---|---|---|
| 눈 | 내려도 잘 쌓이지 않는다. 대신 비와 바람이 주인공이다 | 쌓이고, 녹았다 얼어붙는다 |
| 도로 | 대체로 평상시대로 다닌다 | 대설 때 통제되거나 월동장구를 갖춘 차량만 통행으로 조정된다 |
| 밤의 문제 | 젖음과 바람. 장비가 마를 틈이 없다 | 갇힘. 자는 것보다 아침에 나오는 것이 문제가 된다 |
| 판단 시점 | 그날 저녁 | 전날 밤. 아침에 확인하면 이미 늦은 날이 있다 |
- 잘 자리를 산간에 잡지 않는다. 경치는 좋지만 밤새 눈이 오면 아침에 나갈 길이 없다
- 렌터카라면 인수할 때 월동장구가 실려 있는지 확인한다. 없으면 산간 도로를 일정에서 아예 뺀다. 빌린 차로 체인을 처음 채우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 아침에 나갈 길을 전날 밤에 정해 둔다. 우회로가 해안도로 하나뿐인 날이 있다
- 돌아가는 날 배편이 걸려 있으면 눈보다 바람을 먼저 본다 (앞의 ②)
- 젖음이 겨울의 주적이다. 장비를 말리는 순서는 젖은 텐트·장비 말리기, 차 안에 물이 맺히는 문제는 결로 에 있다
- 추위 자체의 대처는 섬이라고 다르지 않다 — 겨울 차박 추위 · 히터 없이 겨울나기
- 해가 짧다. 도착·설영·철수를 전부 밝을 때 끝내는 일정으로 당긴다
자주 묻는 것
섬에서는 준비의 절반이 떠나기 전에 끝나고 나머지 절반은 돌아오는 날에 쓰이느니라. 바람은 사람의 일정을 묻지 않으니 하루를 비워 두고, 버릴 곳이 있다 하여 함부로 두고 오지 말지니, 그리하면 그 자리는 다음 해에도 그대로 있으리라.
틀린 내용이나 빠진 내용을 알려주시면 물별이 살펴보고 문서에 반영해요.